살기 위해 어떻게든 버텨야하는 절박함. 이명박 정권 2년, 경제위기 고통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려는 자본에 맞서 처절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조건이 열악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는 종종 그 싸움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지난 28일 경기지역 포레시아, 동서공업, 파카한일유압을 찾았다. 모두 올 경제위기를 이유로 인력감축 운운하다 정리해고를 단행한 곳이다. 포레시아는 21명, 동서공업은 15명, 파카한일유압은 34명이 해고됐다. 희망퇴직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다. 2백인 이하 사업장이기에 쌍용차에서 벌어진 구조조정 못지않은 비율의 대규모 해고인 셈.


<사진>천막농성장에서 열린 포레시아지회 간담회


동서공업 정리해고 원직복직 투쟁위원회 황영수 대표는 “지난 2월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서라도 고용을 유지하자고 제안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절하고 일방적으로 15명을 해고했다”고 말했다. 어떻게든 고용을 유지해보자는 노동자들의 주장을 묵살하고 해고가 일방적으로 진했됐던 셈이다. 포레시아에서도 한국노총사업장인 대기포레시아 제품을 위탁 생산하겠다며 ‘일감나누기’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하지만 이렇게 노동자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측은 더 많은 것을 노리고 있었다.

정리해고 뒤 몇 배의 노동강도와 비정규 사용 남발

“강제로 줄어든 현재 인력으로는 일감을 감당할 수 없다”, “주 2회 새벽 3시까지 철야에, 주말 특근도 한다”, “사무직 노동자까지 생산현장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로 50명 넘게 빠져나간 포레시아에서 나오는 아우성이다. 송기웅 포레시아지회장은 “최근 일감이 많아 3~40명 임시직 쓰면서도 해고자를 복직시킬 생각조차 안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동서공업도 비슷하다. 두 사람이 하던 일을 한사람이 하게 하는 등 억지로 노동강도를 높여 잉여인력을 발생시킨 뒤 정리해고를 단행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파카한일유압은 기술과 물량을 계열사로 빼돌려 억지로 경영위기를 만든 뒤 해고프로그램을 작동시켰다는 전언이다.
그러다보니 이날 만난 이들 모두는 “노동조합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 회사의 진짜 목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포레시아지회에서는 투쟁 끝날 때까지 지회 선거를 치르지 않겠다는 결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조합원들에 의해 선거를 치르자는 안건 총회가 소집된 적도 있었다. 동서공업은 지회 선거과정에서 해고 조합원 투표권 인정 문제마저 불거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각 지회 관계자들은 “사측이 배후에서 노노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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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서공업 해고자 농성 천막에 밑반찬들이 쌓여있다.
 

오랜 싸움에 생계걱정이 우선

싸움이 오래되면 그 과정에서 안 좋은 일도 생긴다. 이날 포레시아 부당해고 관련 중노위 패소 소식을 접한 송기웅 지회장은 “처음부터 기대도 안했다”며 “사측은 이제 다 끝났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끝내지 않으면 싸움은 끝난 게 아니”라고 했다. 동서공업 정특위 황 대표, 파카한일유압분회 송 분회장도 장기전을 벌인다는 각오가 다르지 않다.

하지만 마냥 버티겠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일. 세 곳 모두 싸움이 길어지면서 생계 걱정이 가장 크다. 기본 생계비 뿐 아니라 각 법률비, 투쟁비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서공업 황 대표는 “해고자들은 근속도 몇 년 안 된 동지들이라, 해고 전 월급이 많지 않았다”며 “최근 생계유지가 힘들어 4명의 동지가 2주간 경남 사천에 내려가 단감 출하작업을 돕고 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파카한일유압분회는 이날 마침 사측으로부터 한 장의 공문을 받았다. 자금이 부족하여 정기상여금 지급이 꽤 지연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송 분회장은 “상여금 빼면 80~90만원인데, 어떻게 생활하라는 것이냐”며 “해고자뿐 아니라 해고되지 않은 동지들까지 걱정”이라고 심란해했다. 포레시아 해고자들도 고용보험 기간이 끝나가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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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파카한일유압분회 송태섭 분회장은 중소투쟁사업장에 대한 노조의 지원을 강조했다.


산별노조의 존재이유

이들은 노조의 장기투쟁사업장 재정 지원 수준이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 뿐이 아니다. 15만 명에 이르는 금속노조의 든든한 지원과 대응도 기대한다. 이날 만난 포레시아와 파카한일유압 조합원들은 외국투기자본(아래 외투자본)에 대한 노조 차원의 대응이 절실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포레시아지회 송 지회장은 “외투자본은 정부도 함부로 못 건드리는 것 같다”면서 “국제 연대를 비롯해 노조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시급히 추진해 달라”고 부탁했다. 파카한일유압분회 송 분회장도 “이 문제를 일개 사업장 문제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며 “노조가 정책적 지원과 함께 사회적 이슈로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마음껏 해고하면서도 각종 특혜는 다 챙기면서도, 수수료, 자본유출, 기술유출로 이윤마저 거머쥐는 외투자본의 본질부터 대내외에 널리 알릴 일이다.

납품처인 원청사 노동자와의 연대를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포레시아 조합원들은 “사측은 누구보다도 원청사 노조간부가 왔을 때 가장 어쩔 줄 몰라 한다”며 “원하청 연대가 조직될 수 있게끔 산별노조로서의 역할을 다해달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관심과 연대를 목말라한다. “동지들이 연대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으면 버텨내기 힘들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동서공업 황 대표는 “작은 사업장들의 처절한 투쟁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며 “함께 살기 위해 15만 투쟁을 만들어가자”고 호소했다. 버티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린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들의 싸움이 이기기 위한 전제조건이 ‘연대’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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