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젖은 차(茶) 한 잔 하실래요?
담터차 생산 노동자 최저임금 장시간노동 바꾸려 쟁의행위 돌입
2010년 12월 07일 (화) 강정주 편집부장 //--> edit@ilabor.org//-->

경기도 포천에 ‘차(茶)’ 만드는 노동자가 있다. 호두율무차, 복숭아차, 생강차.... 우리가 즐겨 마시는 전통차를 만드는 ‘담터’ 노동자가 그들이다. 생산직 대부분이 4~50대 여성노동자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북부지역지회 담터분회 황인순 조합원은 10년 째 공장에서 차를 만들고 있다. 처음 입사했을 때 공장에는 기계가 4대 뿐이었다. 회사는 해마다 급성장했고 어느새 기계가 20대로 늘어났다. 포천 신평공단에 공장 하나로 시작한 회사는 두 번째 공장을 짓고 얼마 전 공단 내 두 블록 공장 부지도 사들였다. 지난 해 3백 12억 원 매출에 1백 억 흑자를 기록한 말 그대로 알짜배기 회사다.


   
 

▲ 12월7일 의정부 노동지청에서 열린 서울지부 담터분회 부당노동행위 중단 임단협 체결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분회 조합원들과 지역 노동자들이 사측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동준

 

주 80시간 월급 120만원 상여금 0%

'건강한 삶, 차 한잔의 여유'를 위한 이곳 노동자들에게는 건강한 근무환경도, 삶의 여유도 찾아볼 수 없다. 잘나가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 근속 10년차 황 조합원의 임금은 올 해 법정최저임금인 시급 4천 1백 10원이다. 조합원들은 “3년 전 회사가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으로 걸리니까 그나마 있던 상여금을 없애고 기본급을 딱 최저임금에 맞춰서 주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상여금 0%예요”라며 울분을 토한다. 연장근로수당 외에는 근속수당, 가족수당 등 수당을 받아본 적도 없다.

그 뿐이 아니다. 회사는 주40시간제를 악용해 조합원들을 토요일에도 출근시켰다. 하루 8시간 근무를 해야하지만 회사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7시간 10분 일을 시키고 50분 남는 시간을 토요일에 근무하도록 했다. 토요일에도 저녁 6시까지 잔업이 기본이다.

평일에도 7시간 10분 일했다고 일찍 퇴근할 수 없다. 조합원들은 아침 8시30분까지 출근해 저녁 8시50분에 퇴근한다. 회사 규칙대로라면 오후4시 40분에 퇴근해야 하지만 잔업은 반강제적으로 진행된다. 토요일에도 저녁 6시까지 잔업이 기본이다. 조합원들이 가장 많이 일할 때 근무시간은 한 주에 80시간일 때도 있다. 장시간 노동을 해도 4대보험에 이것저것 떼다보면 한 달 월급은 110만원 정도다.

연차휴가도 없다. 회사 취업규칙에 따르면 연차가 17일 이지만 국공휴일을 포함한 설날, 추석, 하계휴가 등을 연차로 대체하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처음 입사하면 연차가 ‘-5일’이라 일이 생기면 결근계를 제출해야 한다. 식사 공간도 부족해 10명씩 10분 단위로 밥을 먹는 웃지 못할 장면도 발생한다.

얼마 전 회사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 아르바이트생이 받는 임금도 똑같이 시급 4,110원이다. 입사 10년차나 아르바이트생이나 월급이 똑같으니 회사는 “일하기 싫으면 그만둬, 일할 사람 많아” 식이다.

   
 
노동조합 간부 업무는 풀 뽑기?

결국 참다못한 이곳의 노동자들은 지난 8월 30일 금속노조에 가입했고 회사는 탄압을 시작했다. 최근태 분회 비상대책위원(아래 비대위원) 혼합실 인원통제 및 작업편성 등 전반적인 운영 책임을 지는 주임직을 맡고 있었다. 회사는 최 조합원이 비대위원을 맡자 지난 10월부터 창고청소와 잡초 제거 등 잡일로 돌렸다. 또한 교섭위원과 비대위원 4명을 생산설비가 없고 조합원 한 명도 없는 곳으로 배치전환 시켰다.

노조를 탈퇴하라는 회유, 협박도 계속되고 있다. 회사 대리와 부장 등 관리자들은 포도, 전기밥솥 등을 가지고 조합원 집을 방문하고 있다. 이들은 조합원 남편을 만나 “회사가 싫어하는 노조에 가입했는데 회사를 도와주면 당신에게 보일러시공사업을 맡기겠다”거나 “부인이 회사에 큰 잘못을 했는데 없던 일로 할테니 노조 탈퇴하도록 설득해달라”고 얘기했다. 조합원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탈퇴를 강요하기도 했다.

노조 가입 직후 회사에는 사무직과 관리자 16명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생겼다. 회사는 이 노조와 2011년부터 주5일제 시행, 설날 및 추석연휴 각 3일 유급인정 등에 잠정합의했다. 한편 분회와는 7일 현재까지 11차 교섭을 진행했음에도 교섭안 제출은커녕 취업규칙에 있던 정년 60세를 55세로 낮추자는 입장을 밝혔다. 분회는 지난 10월2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고, 11월 25일까지도 회사가 교섭안을 제출하지 않아 조정은 결렬됐다.

 

 

“담터차에는 우리 피땀이 가득”

조합원들은 지난 7일 낮 2시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 앞에서 회사의 노조탄압과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고 임단협 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분회 조합원 40여 명은 파업을 하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단체협약 쟁취 투쟁, 단결 투쟁” 구호를 외치는 모습에 힘이 넘친다. 회사측에 성실한 교섭안 제출과 비대위원들의 원직업무 복귀, 대체근로 투입 중단을 요구했다. 회사의 불법행위를 묵인하고 있는 노동부에도 “담터 철저히 조사하고 지도감독 제대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 12월7일 의정부 노동지청에서 열린 서울지부 담터분회 부당노동행위 중단 임단협 체결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분회 조합원들과 지역 노동자들이 사측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동준

“담터차는 여성노동자들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의해 만들어진 피땀어린 전통차입니다”
“회사는 법을 어기면서 아르바이트생과 기간제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있어요”
“최저임금 받고 연차도 없는데 더 양보할게 어디 있냐”

분회는 지난달 26일부터 잔업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다. 공장 앞에서 집회도 했다. 한 조합원은 “우리 얘기 실컷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10년 동안 계속했던 잔업 안해도 되어서 신나요”라고 말한다. 조합원들 괴롭히는 회사 상대로 그동안 빼앗긴 권리를 되찾겠다는 각오도 든든하다. 경기도 포천 ‘전통차’ 만드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시동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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